자동차 경적 소리, 왜 다 비슷하게 들릴까

거리에서 여러 차의 경적 소리를 듣다 보면, 브랜드도 다르고 가격대도 완전히 다른 차들인데 소리는 다 어딘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다들 비슷한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 소리가 그냥 아무렇게나 정해진 게 아니라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람 귀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역이 있다
사람의 청각은 모든 주파수를 똑같이 예민하게 듣지 않습니다. 특히 400Hz에서 500Hz 부근의 소리를 상대적으로 잘 감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동차 경적은 대체로 이 대역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아무리 다른 브랜드, 다른 차종이어도 결국 사람이 가장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대역을 노려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리의 성격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단일음이 아니라 두 개의 음을 섞는 이유
경적을 자세히 들어보면 하나의 순수한 음이 아니라, 두 가지 음이 겹쳐서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두 음을 섞으면 하나의 음만 낼 때보다 소리가 훨씬 또렷하고 눈에 띄게 들립니다. 도로처럼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는 단일 음보다 이런 복합음이 배경 소음 속에서 더 잘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거슬리게 설계된 소리다
경적 소리가 듣기 좋으라고 만든 소리가 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오히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약간 거슬리는 성격의 소리로 의도적으로 설계됩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였다면 위급 상황에서 충분한 경고 효과를 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도 미세한 차이는 존재한다
비슷하게 들려도 자세히 비교하면 브랜드나 차급에 따라 톤이나 울림에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급 차량일수록 좀 더 낮고 중후한 톤을 쓰는 경향이 있고, 소형차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높은 톤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지나가는 차 소리만 듣고는 대부분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결국 안전을 위한 표준화였다
경적 소리가 다들 비슷하게 들리는 이유는 결국 "누구나 즉각 알아듣고 반응해야 하는 소리"라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각자 개성 있는 소리를 내기보다, 사람이 가장 잘 감지하는 주파수 대역과 경고 효과가 가장 큰 음색으로 수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들 비슷해진 셈입니다. 사소하게 지나치던 경적 소리 하나에도 이런 설계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게 새삼 흥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