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캔슬링 이어폰, 소음을 어떻게 "지우는" 걸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쓰면 주변 소음이 확 줄어드는 걸 느낄 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 어떤 원리로 소음을 "지우는"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물리 원리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소리끼리 만나면 서로를 지울 수도 있다
소리는 파동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소리가 같은 공간에서 겹치면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걸 소리의 간섭이라고 부르는데,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뉩니다. 파동의 마루와 마루, 골과 골이 정확히 겹치면 진폭이 커져서 소리가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데 이걸 보강간섭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한쪽 파동의 마루가 다른 쪽의 골과 정확히 겹치면, 두 파동이 서로를 상쇄시키면서 소리가 사라지다시피 작아집니다. 이걸 상쇄간섭이라고 부르고, 바로 이 원리가 노이즈캔슬링의 핵심입니다.
소음을 막는 두 가지 다른 접근
이어폰이나 헤드폰에서 소음을 줄이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귀를 막아서 소리 자체가 덜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소음을 소음으로 상쇄시키는 방식입니다.
귀에 깊게 들어가는 커널형 이어폰이나,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 헤드셋처럼 물리적으로 밀폐도를 높여 소음을 차단하는 방식을 패시브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별도의 전자 처리 없이 순전히 구조로 소음을 막는 접근입니다.
반면 액티브 방식은 앞서 말한 상쇄간섭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기기에 달린 별도의 외부 마이크가 주변 소음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내장된 프로세서가 그 소음의 파형을 분석해서 정확히 반대되는 파형을 만들어 재생합니다. 원래 소음과 반대 파형이 귓속에서 만나 상쇄되면서, 사람 귀에는 그 소음이 크게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원리입니다.
마이크가 어디 달려있는지에 따라 성능이 갈린다
액티브 방식이 작동하려면 외부 소음을 감지할 마이크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마이크가 기기의 어느 위치에 달려있는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마이크가 기기 바깥쪽에 있는 방식을 피드포워드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마이크와 실제 소리를 내보내는 드라이버 유닛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음 제거 효과가 약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마이크가 유닛 안쪽, 그러니까 귀에 더 가까운 쪽에 위치한 방식을 피드백이라고 부릅니다. 마이크와 드라이버 유닛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소음 제거 효과가 더 강력한 편이고, 음질 변화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두 방식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하는 제품도 많다고 합니다.
이어폰 밖에서도 쓰이는 기술
이 원리는 개인용 이어폰이나 헤드폰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자동차 실내 소음을 줄이는 데도 비슷한 원리가 활용되고, 비행기 내부의 엔진 소음을 줄이는 데도, 특히 민간 항공기 조종사가 착용하는 전용 헤드셋에도 이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알고 보면 우리 일상 곳곳에 이미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기술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원리를 알고 나니 다르게 들린다
단순히 "소음이 줄어든다"고만 알고 있던 기술이, 사실은 소리의 간섭이라는 물리 현상을 정교하게 활용한 결과라는 걸 알고 나니 평소 쓰던 이어폰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다음에 노이즈캔슬링을 켤 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폰 안에서 내 귀에 들어오는 소음과 정반대의 파형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