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삭임 소리인데 왜 누구는 편안하고 누구는 짜증날까

같은 속삭임 소리, 같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려줘도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 소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편안해지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지 궁금해서 관련된 뇌과학 연구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정리해봤습니다.
뇌 안에서 감각이 연결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ASMR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뇌가 쉬고 있을 때 활성화되는 특정 신경망(기본값 신경망)의 연결 패턴이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감각을 처리하는 영역과 감정을 조절하는 영역 사이의 연결이 좀 더 느슨하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맺어져 있어서, 청각이나 시각 자극이 감정적인 안정감으로 쉽게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소리를 듣기만 했는데 실제로 몸에 소름이 돋는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는데, 청각을 처리하는 뇌 영역과 촉각을 처리하는 영역이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일종의 공감각적 반응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소리가 청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촉각적인 감각으로까지 넘어간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성격 특성도 영향을 준다
새로운 경험에 열려있고 감수성이 풍부한 성향의 사람일수록 ASMR 자극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평소 불안이나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이 ASMR을 통해 오히려 더 극적인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불안을 낮추려는 뇌의 보상 작용이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었습니다. 성격 특성 하나만으로 전부 설명되진 않지만, 왜 사람마다 체감 정도가 이렇게 다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편안함과 짜증은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바로 그 소리(씹는 소리, 속삭임, 바스락거림 등)가 다른 사람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특정 소리에 대한 강한 혐오 반응을 미소포니아라고 부릅니다.
같은 소리가 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변연계)을 자극한다는 점은 동일한데, 이 자극이 긍정적으로 해석되면 편안한 ASMR 반응으로, 위협적인 신호로 잘못 해석되면 미소포니아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보고 나서, 두 반응이 사실 뿌리는 비슷한 자극에서 갈라져 나온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관련 있다는 설명도 있다
ASMR 콘텐츠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들, 귀 청소나 미용실 상황극,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같은 것들이 어린 시절 보호자로부터 받았던 친밀한 돌봄의 기억을 자극한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어릴 때 이런 부드러운 자극에 좋은 기억을 형성한 사람일수록,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소리에 뇌가 안정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이 설명을 보고 나니, 사람마다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트리거 소리가 다른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됐습니다. 각자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기억이 다르니, 편안함을 느끼는 소리의 종류도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결국 뇌 구조, 성향, 기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ASMR에 대한 반응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를 하나로 딱 잘라 설명하긴 어려웠습니다. 뇌의 신경망 연결 방식, 타고난 성격 성향, 그리고 개인이 쌓아온 정서적 기억까지 여러 요인이 겹쳐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편안함을 주는 소리는 없다는 걸 이해하고 접근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