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발소리, 표면 재질만 바꿔도 몰입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인디 게임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대충 넘어가는 게 발소리입니다. 일단 발소리 하나 넣어두고 다른 시스템부터 붙이자는 식으로요. 근데 나중에 맵에 나무 바닥, 자갈길, 잔디를 다 만들어놓고도 발소리가 똑같으니, 그래픽은 확실히 좋아졌는데 게임이 왠지 싸구려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원인을 한참 찾다가 결국 발소리였다는 걸 알았을 때 좀 허탈했습니다.
재질별로 나누는 것만으로 체감이 달라진다
가장 먼저 한 건 콘크리트, 나무, 자갈, 잔디, 이렇게 네 가지 표면만 우선 구분한 거였습니다. 각 표면마다 다른 발소리 세트를 연결했는데, 플레이테스트에서 반응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특별히 뭘 더 만든 것도 아닌데 "월드가 더 디테일해진 것 같다"는 피드백이 나왔어요. 시각적으로는 아무것도 안 바꿨는데 청각 정보 하나가 공간감 인식 자체를 바꾼다는 걸 그때 체감했습니다.
재질 구분을 안 했을 때는 플레이어가 바닥 텍스처를 그냥 배경으로 인식했다면, 구분한 후에는 "지금 내가 자갈길을 걷고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공간 몰입에는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속도별 세트도 따로 필요하다
재질을 나누고 나니 다음 문제가 걷기와 뛰기였습니다. 처음엔 같은 발소리 파일을 재생 속도만 빠르게 조절해서 뛰는 소리로 썼는데, 피치가 같이 올라가면서 발소리가 아니라 다람쥐가 뛰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결국 걷기용과 뛰기용을 아예 별도로 녹음/제작하는 방향으로 바꿨습니다.
속도만 다른 게 아니라 발이 지면에 닿는 압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재생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안 나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뛸 때는 저음이 더 강조된 소리를, 걸을 때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소리를 쓰는 식으로 세트를 나눈 뒤에야 위화감이 사라졌습니다.
같은 발소리를 반복 재생할 때의 변주
재질별, 속도별로 세트를 나눴어도 같은 파일을 계속 반복 재생하면 결국 기계적으로 들립니다. 이건 영상 편집에서 반복 효과음을 다룰 때와 비슷한 문제인데, 게임은 플레이어가 한 표면 위를 몇 분씩 걸어 다닐 수도 있어서 오히려 더 예민하게 드러납니다.
보통은 같은 재질에 대해 3~4개의 배리에이션 파일을 준비해두고, 매 스텝마다 랜덤하게 순환시키는 방식을 씁니다. 여기에 피치를 아주 살짝(±3% 정도) 랜덤으로 흔들어주면 같은 파일 4개만으로도 훨씬 자연스러운 반복이 만들어집니다. 배리에이션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이 피치 랜덤화가 체감 효과는 더 컸습니다.
재질 전환 지점에서 생기는 어색함
표면을 나누고 나서 새로 생긴 문제도 있었습니다. 나무 바닥에서 카펫으로, 콘크리트에서 잔디로 넘어가는 경계선에서 발소리가 뚝 끊기듯 바뀌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는 경계에서 발 하나는 이전 재질, 다른 발은 새 재질을 밟는 순간이 있는데, 게임에서는 대부분 콜라이더 하나로 재질을 판정하다 보니 이런 중간 단계가 생략됩니다.
완벽하게 해결하긴 어려웠지만, 경계 판정 콜라이더의 폭을 살짝 넓혀서 전환 지점 근처에서는 두 재질의 소리를 짧게 크로스페이드하는 방식으로 어색함을 많이 줄였습니다. 완전히 자연스럽진 않아도 뚝 끊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결국 발소리는 후순위가 아니었다
발소리는 눈에 잘 안 띄는 요소라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리기 쉬운데, 막상 신경 써보니 플레이어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였습니다. 그래픽 디테일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표면들에 맞는 발소리를 나누는 작업이 체감 몰입도 개선에는 오히려 더 효율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