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을 꽉 채운 환경음이 오히려 플레이어를 지치게 만들었다

게임 사운드2026-08-278 min read

맵의 몰입감을 높이려고 새소리, 바람 소리, 벌레 소리, 먼 곳의 생활 소음까지 겹겹이 쌓아 넣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확실히 풍성하고 그럴듯했는데, 플레이테스터들이 30분 이상 플레이하고 나면 "뭔가 정신없다"는 피드백을 자주 남겼습니다. 짧은 데모 영상에서는 아무 문제 없던 구성이 실제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자 전혀 다른 반응을 만든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풍성함과 정보 과부하는 한 끗 차이였다

소리 레이어를 많이 쌓을수록 공간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동시에 뇌가 처리해야 할 청각 정보량도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짧은 시간에는 이 풍성함이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오래 노출되면 오히려 피로 요인이 된다는 걸 플레이테스트 로그를 다시 확인하고서야 알았습니다. 특히 헤드셋으로 장시간 플레이하는 유저일수록 이 피로감을 더 빨리 호소했습니다.

레이어를 상시 재생과 간헐 재생으로 나눴다

모든 환경음을 계속 틀어두는 대신, 바람 소리처럼 공간의 기본 배경이 되는 소리만 상시 재생하고, 새소리나 벌레 울음 같은 요소는 몇십 초에서 몇 분 간격으로 랜덤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하니 같은 개수의 소리 요소를 쓰면서도 특정 순간에 동시에 들리는 소리 수는 확실히 줄었고, 청각적으로 훨씬 여유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들리는 소리 개수에 상한선을 뒀다

레이어를 나눈 뒤에도 우연히 여러 간헐 요소가 겹치는 순간이 있었는데, 이때는 여전히 산만했습니다. 결국 한 시점에 재생될 수 있는 환경음 레이어 개수를 서너 개로 제한하는 우선순위 시스템을 넣었습니다. 새로운 소리가 등장할 차례인데 이미 상한선에 도달했다면, 가장 오래 재생된 레이어를 먼저 페이드아웃시키고 그 자리를 내주는 방식입니다.

공간의 성격에 따라 밀도를 다르게 가져갔다

모든 맵에 같은 밀도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전투가 잦은 구역은 오히려 환경음을 최소화해서 전투 사운드가 명확히 들리게 하고, 휴식 성격의 구역에서는 환경음 밀도를 조금 더 높여서 공간 자체의 분위기를 즐길 여유를 줬습니다. 구역의 목적에 맞춰 밀도 기준 자체를 다르게 설계하니 훨씬 일관된 경험이 만들어졌습니다.

플레이어가 정지해 있을 때와 이동 중일 때도 다르게

플레이어가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구간에서는 환경음 밀도를 서서히 올려서 그 장소에 대한 몰입을 키우고, 빠르게 이동하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밀도를 낮춰서 정보 부담을 줄이는 실험도 해봤습니다. 정지 상태에서는 디테일을 감상할 여유가 있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상황에서는 어차피 다 인지하지 못하고 피로만 쌓인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많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환경음을 쌓는 작업은 재료를 늘리는 것보다, 언제 어떤 소리가 들리고 언제 조용해질지를 설계하는 작업에 가까웠습니다. 소리 종류를 늘리는 데 썼던 시간을, 이후에는 그 소리들이 언제 나오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데 더 많이 쓰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