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살인마를 찾는 게임에서 소리를 잘못 쓰면 스포일러가 된다

게임 사운드2026-08-277 min read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숨겨진 위협 역할을 맡고 나머지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게임을 진행하는 형식의 소셜 추리 게임을 작업하면서, 사운드 설계에서 예상 못 한 함정에 여러 번 빠졌습니다. 소리 하나가 무심코 역할을 노출시켜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정 역할에만 다른 발소리를 줬다가 생긴 문제

처음엔 숨겨진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에게 약간 다른 발소리를 줘서 은밀한 긴장감을 표현하려 했는데, 테스트해보니 예민한 플레이어들이 이 미세한 차이만으로 역할을 바로 알아챘습니다. 재미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 정보 유출이 되어버린 셈이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기본 사운드는 동일해야 했다

결국 기본적인 이동, 행동 사운드는 역할에 관계없이 완전히 동일하게 통일했습니다. 오디오만으로는 누가 어떤 역할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어야, 눈치싸움이라는 게임의 핵심 재미가 온전히 유지됐습니다.

공용 이벤트음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반면 누군가 특정 행동을 하거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하게 들리는 공용 사운드는, 정보를 숨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런 소리는 모두가 똑같이 듣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추리에 필요한 공정한 단서로 기능했습니다.

배경 음악으로 긴장감을 조절하되 정보는 담지 않았다

사건이 임박했을 때 배경 음악의 긴장감을 서서히 높이는 연출은 넣었지만, 이 변화가 특정 플레이어나 상황에만 다르게 적용되지 않도록 항상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하게 재생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분위기는 조성하되 정보 비대칭은 만들지 않는 게 원칙이었습니다.

승리 팀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음도 신중하게 설계했다

게임이 끝난 뒤 나오는 결과 사운드는 어느 진영이 이겼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가는 게 자연스러웠지만, 이마저도 게임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에만 재생되도록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진행 중에 결과를 암시하는 어떤 소리도 허용하지 않는 게 이 장르에서는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결국 공정성이 재미의 전제 조건이었다

이 장르에서는 사운드 디자인의 목표가 몰입감을 더하는 것보다 먼저, 모든 정보가 공정하게 주어지고 있는지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사운드 아이디어라도 이 원칙과 충돌하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걸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