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게임, 소리가 없으면 그냥 기다림이었다
씨앗을 심고 시간이 지나면 자라나는 형식의 느긋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서, 처음엔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만 표현했습니다. 새싹이 조금씩 커지는 애니메이션은 있었지만, 사운드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는데, 플레이테스트에서 "그냥 기다리는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이 나왔습니다.
침묵 속의 성장은 밋밋하게 느껴졌다
화면 속 식물이 조금씩 자라는 동안 아무 소리도 없으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실제로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이 부족했습니다.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청각적 신호가 없으니, 성장이라는 과정 자체가 밋밋한 대기 시간처럼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성장 단계마다 짧은 신호음을 넣었다
씨앗에서 새싹으로, 새싹에서 개화로 넘어가는 각 단계 전환마다 아주 짧고 부드러운 알림음을 넣었습니다. 화면을 계속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소리만으로 "지금 뭔가 자랐다"는 걸 인지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작업을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화면으로 시선이 돌아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수확 순간의 소리가 보상감을 결정했다
다 자란 작물을 수확하는 순간의 소리에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짧지만 화성적으로 만족스러운 상승 진행을 넣으니,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것 이상의 성취감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 한 번의 소리가 반복적인 농사 루프 전체의 만족도를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희귀 작물은 성장 과정부터 다르게
일반 작물과 희귀 작물의 성장 신호음을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해서, 희귀 작물을 심었을 때는 성장 단계마다 나는 소리도 더 특별하게 들리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과물이 나오기 전부터 기대감을 유지시키는 데 이 차별화가 효과적이었습니다.
배경음은 최대한 잔잔하게 유지했다
힐링 장르 특성상 배경 음악 자체는 오히려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유지하고, 위에서 언급한 성장·수확 신호음들이 그 위에서 도드라지도록 균형을 잡았습니다. 배경이 너무 화려하면 정작 중요한 진행 신호가 묻히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기다림에 리듬을 만들어주는 작업이었다
이 장르는 실시간으로 뭔가를 조작하는 게임이 아니라 기다림 자체가 게임 플레이의 일부인데, 그 기다림 안에 소리로 작은 이정표들을 심어주는 것만으로 훨씬 능동적인 경험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