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소리가 없을 때, 있는 소리를 완전히 다르게 바꾸는 법

오디오 편집2026-08-256 min read

판타지 게임 작업을 하다가 "존재하지 않는 생물의 울음소리"가 필요했던 적이 있습니다. 라이브러리를 아무리 뒤져도 딱 맞는 소리가 없었는데, 결국 완전히 다른 원본 소리를 극단적으로 가공해서 원하는 느낌을 만들어냈습니다.

피치를 극단적으로 내리면 원본이 사라진다

코끼리 울음소리를 원본으로 시작해서 피치를 두 옥타브 가까이 낮췄더니, 원래 코끼리 소리라는 걸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낮고 웅장한 괴물 울음처럼 들렸습니다. 사람 목소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몇 옥타브를 내리면 원래 목소리라는 걸 거의 못 알아볼 정도로 변형됩니다. 원본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소리가 가진 질감이나 배음 구조가 최종 결과물에 남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피치를 올리는 방향도 쓸모가 있다

반대로 작은 동물이나 곤충 소리를 만들 때는 큰 동물 소리를 피치를 극단적으로 올려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개 짖는 소리를 몇 옥타브 올리면 훨씬 작고 날카로운 생물체의 소리처럼 들리는데, 이것도 실제 그 크기의 생물 소리를 구하기 어려울 때 유용한 대체 방법이었습니다.

피치와 함께 재생 속도도 같이 건드려야 한다

단순히 피치만 바꾸면 소리의 길이나 질감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피치와 재생 속도를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도구를 쓰는 게 훨씬 자유로웠습니다. 피치는 낮추되 재생 속도는 그대로 유지하면, 원본보다 훨씬 크고 느리게 울리는 듯한 느낌을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원본은 재료일 뿐이다

이 작업을 하고 나서부터는 효과음을 찾을 때 "이 소리가 필요한 상황에 딱 맞는 원본"을 찾기보다, "이 원본을 가공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소리를 이미 가진 재료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